경찰서 진술 녹화실입니다.
긴급체포된 피의자가 수갑을 찬 채 조사를 받습니다.
그런데 선임 경찰관이 들어오더니, 종이를 건네며 뭔가 주문합니다.
[이 ○ ○ / 수사 경찰관 : 더 이야기하지 말고, 답 엎어지니까….]
이에 조사관이 필요 없다는 식으로 얘기하자,
[이 ○ ○ / 수사 경찰관 : 팀장 얘기니까 해, 그냥 써진 대로….]
"답이 엎어진다"는 말은 수사 결과가 예상과 달라진다는 뜻으로 보입니다.
피의자의 첫 진술자리에서부터 미리 답을 내려놓았다고 추정할 수 있는 겁니다.
[김정우 / 담당 변호인 : '답이 엎어진다'라는 내용이 들어갔다는 것은 무언가 수사기관에서 의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.]
경찰도 해명을 내놨습니다.
변호인 입회가 예정돼 있으니 더 물어보지 말고 기다리라는 취지였다는 겁니다.
경찰은 또, 진술을 받는 내내 반말은 기본이고, 육두문자를 써가며 위압감을 조성합니다.
심지어 협박까지 합니다.
[A 씨 / 피의자 : 전 억울해서 계속 말을 해야 할 것 같아요.]
[임 ● ● / 담당 경찰관 : 조용히 해 XX야. 조사받아 이놈 XX야.]
피의자는 구속됐지만, 법원 판단은 달랐습니다.
경찰 수사가 자백을 유도하기 위해 강압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.
[이순란 / 피의자 어머니 : (부모 없는) 노숙자 취급을 한 거죠. 아예…. 이 아이는 처음부터 죄인 취급을 받으면서 조사를 받았던 겁니다.]
피의자 가족은 직권 남용 등의 혐의로 수사 경찰을 고소했습니다.
취재기자ㅣ나현호
촬영기자ㅣ문한수
자막뉴스ㅣ류청희 에디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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